2008년 11월 04일
줌아웃
끝.
길게만 느껴졌던 한달이 지났다. 더불어 나의 고집불통 "Saving Project"도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았다.
'운전 한달 안하는게 뭐 그리 어렵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는 이미 '도구'를 뛰어넘어 '몸의 일부'였다.
처음 며칠이 제일 어려웠다.
'이동의 자유'와 '운전의 욕구'를 박탈당한 느낌이었다.
정말 중독증 하나 끊는듯 했다.
하지만 이런 한달간의 유치한 장난같은
도전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얻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두가지였다:
1)' 카풀(car pool)을 통해 쓸데없는 운전 줄이기'
그리고 2) '석유로부터 자유로워지기'였다.
'편의'를 기름, 운동, 기름값과 바꿔치기하는줄 알았지만,
힘들게 힘들게 2주가 지났을때 벌써 운전없는 생활이 익숙해져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덤으로 부지런하고 건강한 생활패턴으로 변해갔다.
늦은 새벽에 자전거 타기엔 춥고 안전하지 않기에 자정 근처에 퇴근하기 시작했다.
자동적으로 기상시간도 앞당겨졌고, 하루 세끼도 다 챙겨먹었다.
아침 조깅하면서 자연도 만끽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집에서부터 도서관이 연구실보다 가깝기에, 3년만에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모두 Saving Project 때문이라 말할 순 없지만,
대학원 들어와서 처음으로 바꾼 생활 습관들이다. 그리고 운전하지 않은것 외엔 별다른 설명도 없다.
차를 타면 그냥 지나칠것들도 자전거를 타면 새롭게 재발견하게 된다.
보행자, 중앙선, 자동차 정지등, 도로표지판에 온통 신경을 뺏기는게 아니라
물든 단풍, 다람쥐, 학교건물의 운치, 지나가는 이쁜 여학생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세상 전부가 점점 복잡해지고 빨라진다고, 우리도 같이 점점 정신없이 살 필요는 없다.
공기의 냄새를 맡고, 나뭇잎 소리에 귀기울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차를 몰지 않을 것 같다.
비오는 밤.. 31일만에 "혼자"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켰다.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언니네 이발관'을 들으며 퇴근했다.
우리는 나이들어 죽을때까지 배울 것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지난 한달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깨달은것이 있기에,
장난같은 프로젝트를 뒤돌아보며 '의미있었다'고 평하고 싶다.
기간을 2주 정도로만 짧게 잡았어도 같은 결론을 도출했을 것 같긴 하다만... ㅠ_ㅠ '내가 왜..?;;;'
** "Zoom out" 만화, 석유 이야기, Saving Project 일지록 등이 금월에 업뎃 예정이
왔다가 그냥 발길 돌리시는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ㅠ_ㅠ;
상세보고
2008년 10월 2일 자정, 한달간의 식량을 최대한 비축하기 위해 장을 봤다.
그리고 개천절이었던 다음날, 친구가 Wal-Mart에 데려다주었고,
나는 $65짜리 자전거를 구입했다.
영수증을 건네받는 순간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걱정스런 목소리로,
"월마트 자전거는 일주일만에 고장난다," "나는 월마트를 나서는데 바퀴가 터진 적도 있다."
'예전에 내가 샀던 $65짜리 자전거.. 4년동안 잘 탔는데?'라고 반문하면,
"너가 예전에 산 월마트 자전거가 유일한 '불량품'이었기에 고장이 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번 싸구려자전거도 아무탈없이 잘 버텨줬다. 최소한 이번 한달간은..
졸업까지 건재하길 빈다. ㅋ
"Why are you doing this now, when it's cold and rainy?"
그러게 말이다.
자전거를 구입한 바로 그날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전혀 계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이후로 고맙게도 프로젝트 마감 며칠전인 10/30까지 꾸준히 맑은 날씨였다.
만약 우기가 조금 일찍 시작했다면, 그냥 포기했을런지도 모른다.
(우산들고 자전거타는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주간은 차를 몬 횟수를 세었었다. (기억을 상기하자면, 남의 부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예외법칙이 있었다.)
신입생 분들과 외식 한번, 공항라이드 한번, 교회라이드 한번.
2주간 단 세번 몰았다.
그 후로는 기록하진 않았지만, 확실한건 연구실 주차장에는 단 한번도 차를 대지 않았다.
출퇴근은 엄격히 자전거로만 이루어졌다.
주차 공짜(!)인 주말에도 막상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아까웠지만 ㅠ 금방 익숙해졌다.
"눈치채지 못한 고마움들"
- 음악!
내가 혼자 운전하면서 얼마나 많은 음악적 갈증을 해소하는지 몰랐다.
외부로부터 완전히 방음/차단된 공간안에 마음껏 볼륨을 높이고,
목아프도록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 카풀
두루 사람들에게 라이드를 부탁하거나 청하면서, 저절로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같이했다.
- 생활 습관
7시에 일어나는것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도서관에 다녔었다.
집에서 밥을 짓게 된다.
그리고 테니스, 죠깅 등의 운동을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더 부지런해지고 건강해졌다.
"독한놈."
하루아침에 담배 끊는 사람하곤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토록 꼴통같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고 노력한 것은
첫째,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옅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나의 작은 노력이 조금이나마, 어떻게든 영향을 끼칠수 있길 기대한다.
# by | 2008/11/04 23:20 | Days of our lives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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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는 형식으로 바꿀지 고민이다.의견/제안 있으면 코멘트에~! ;)@ 11월 4일 블로그에 남긴 "Saving Project (한달동안 운전안하기 프로젝트) 후기 보러가기! ... more
@ 훈련 언제 가? 까까머리 꽃대 되었음?ㅋ 한달 후에 보게-!!
@ 운전 안할동안 형차 많이 태워줘서 고마워요~! ㅎㅎ
생일 덕분에 연락도 다시 닿고 좋군요.
블로그 방문도 고맙고, 생축도 감사합니다~! ^-^
누님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안하길 바래요! ;)
심심해서 한번 슥~ 들어와 봤었는데 (사실 업뎃 되고 바로 이틀 뒤?;; ) 발자취 없이 사라졌었지 ㅋㅋ
얼른 업뎃해줘~~~
들어갈때마다 업뎃 안되있어서 실망하고 발길돌리는 심정을 잘 알기에
자주 들르는 사람들한텐 참 미안한데... 넌 내 주기를 잘 파악했구나~ ㅋㅋㅋ
@ 나도 얼른 약속한 업뎃 하고싶은데 갑자기 일들이 많아지는군.. ㅠ
흠.. 땡쓰기빙 즈음에 다시 한번 들어와보렴~ㅋㅋ
일종의 카리스마!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 저 혼자 느낀것이 있었어도 그걸로 끝난다면 큰 수확은 없는 것이죠.
몇년 안에 에너지 산업은 무진장 성장할 것입니다. 초경량 자동차, 집집마다 깔린 태양광 전지 전기 시스템, 초고효율 배터리 등등.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때가 왔습니다. 몇달 후 다시 예전처럼 매일 출퇴근을 차로 하고 있는 저를 포함해서 말이죠. ㅋ;;